소음 차단 헤드폰과 청각 처리 장애(APD)의 관계

APD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소리를 듣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울리는 계산대의 삑 소리, 카페에서 들려오는 커피 머신의 증기 소리 등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이러한 소리를 해석하며 주변 환경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배경 소음이 너무 강하게 들려 중요한 소리, 즉 사람의 목소리나 경고음을 분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한 사례가 바로 런던에 거주하는 25세의 행정 보조원 소피입니다. 그녀는 자주 "집중력이 부족하다", "멍해 보인다"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그녀는 정상적인 청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소리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사설 청각 전문의를 만나 정밀 검사를 받았고, "청각 처리 장애(APD)"라는 신경학적 상태를 진단받았습니다. APD는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소리를 뇌가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소피의 이야기

소피는 조용한 시골 농장에서 자라며 청각적인 문제를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런던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후부터 소리의 방향을 인지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강의실에서 강사의 목소리가 마치 외국어처럼 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강의를 직접 듣는 대신 온라인 강의를 자막과 함께 듣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영향을 미쳤습니다. 친구들과 바나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소음이 너무 압도적으로 들려 대화를 제대로 나눌 수 없었고, 결국 일찍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피의 APD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녀의 청각 전문의는 그녀가 하루 5시간 이상 사용했던 소음 차단 헤드폰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청각 건강과 소음 차단 헤드폰

최근 영국 내 여러 청각 전문의들은 소음 차단 헤드폰이 APD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NHS(영국 국민 건강 서비스) 소속의 5개 청각학 부서는 최근 몇 년 사이 GP(일반의)로부터 APD 증상을 보이는 젊은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청력 검사는 정상으로 나타나, 소리를 듣는 능력은 유지되지만 이를 해석하는 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APD는 일반적으로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 두부 외상을 입은 사람, 또는 유년기에 중이염을 심하게 앓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견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APD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외부 환경적 요인, 특히 소음 차단 헤드폰의 영향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청각 전문가들은 소음 차단 헤드폰이 사용자의 청각 환경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오직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며 생활할 경우, 뇌가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소리를 걸러내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10대 후반까지 발달하는 청각 처리 능력이 소음 차단 헤드폰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인해 충분히 훈련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APD 치료와 지원 현황

영국에서 APD 치료는 여전히 한정적입니다. 2024년 영국 이비인후과 학회와 ENT UK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청각 전문가 중 단 4%만이 APD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16세 이상 성인의 경우, APD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NHS 병원인 로열 국립 ENT & 이스트먼 병원의 대기 시간이 9개월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음 차단 헤드폰이 뇌의 청각 처리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소리 필터링 능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시각적 및 청각적 환경과의 상호작용 방식이 변화했고, 자막과 함께 콘텐츠를 시청하는 습관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APD 치료 방법으로는 배경 소음 속에서 특정 단어를 분별하는 훈련을 하는 모바일 앱이나, 미세 증폭 보청기 및 마이크 사용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NHS에서는 교육 시스템 내 학생들에게만 이러한 장비를 지원하고 있어 성인 APD 환자들은 별도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우리의 청각 건강을 지키는 방법

APD와 소음 차단 헤드폰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소음 차단 헤드폰을 자주 사용한 경우, 뇌의 청각 처리 능력에 미칠 영향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소피는 앞으로 APD 치료를 받을 예정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회적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음 차단 헤드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투명 모드’를 활용하여 주변 소음을 일정 부분 들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운동 중에도 청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헬스이어폰이나 운동이어폰 같은 귀 안 아픈 이어폰을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골전도 기술을 활용한 귀걸이 이어폰이나 운동용 헤드폰은 착용감 좋은 무선이어폰으로 오래 껴도 안 아픈 이어폰으로 추천됩니다. APD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보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청각 건강을 지키기 위해 소음 차단 헤드폰 사용을 적절히 조절하고,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청각 처리 능력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