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자 제대로 뽑은 거 맞아요? 뉴스 보니까 직원들끼리 짜고 뽑던데 그런 거 아니에요?" 갑자기 엄마가 소리쳤다. "많이 아쉬운가 보군요. 물론입니다. 공정하게 뽑았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증거 있어요? 미리 당첨자 선정해 놓은 거 아니냐고요. 공정하다는 증거 안 보여 주면 인터넷에 올릴 거예요." 엄마가 목소리를 높였다. "거, 사실대로 말해요. 우리 부인이 하루 방문자가 200명도 넘는 파워 블로거라고요." - p19 - |
식사하러 갈 때나 모임에 갈 때는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었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을 하면 감정이라고 했다. 나는 작아서 팔목과 발목이 다 보이는 양복을 입었다. 가지고 있는 정장이라고는 그것 뿐이었다. - p31 - |
"1023호 아빠 SNS를 봤거든. 별 거 다하더라고. 우리도 질 순 없지." - p72 - |
나는 평가에 떨어져서 골드 카드도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계속 간식을 사고 게임 아이템을 선물해야 했다. 나는 통장에 모아 놓은 돈을 탈탈 털었다. - p84 - |
다음 날부터 우리는 예전처럼 쇼핑을 가고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고 폼 나는 취미 생활도 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을 때와 받지 못할 때는 확실히 달랐다. 옷을 사면서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쇼핑몰을 수십 바퀴 뱅뱅 돌아야 했고 레스토랑에서도 가장 싼 코스 요리만 먹었다. 골프나 승마 같은 운동은 가격이 가장 싼 새벽이나 한낮에 했다. - p93 - |
"글자 그대로지. 자신을 넘기는 거란다. 욕망에 눈이 멀어 남이 자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지. 나는 그런 사람이 많이 필요하단다. 그래야 우리 세력을 얿힐 수 있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지. 이제 설명이 됐니? 어서 상자를 주렴." - p146 - |
현관 앞에 서자 클라우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있는 클라우드는 흉물스러웠다. 짓다 만 건물 꼭대기에 크레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철제 기둥과 구조물은 잔뜩 녹슬어 있었다. 꼭대기에는 기다란 철근 두 개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클라우드는 오래전에 버려진 고철 덩어리 같았다. -p1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