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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든 어머니, 마리안네 바흐마이어 – 정의인가, 복수인가?여자 이야기 2025. 4. 12. 07:00반응형
1. 주제의 개요 및 배경
1981년, 독일의 한 법정에서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피고석에 앉은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고, 총을 든 이는 피해자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안네 바흐마이어, 그녀가 총을 겨눈 대상은 딸을 유괴하고 성폭행한 뒤 살해한 클라우스 그라보브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법과 정의, 복수와 윤리의 경계를 질문하게 만든 역사적 사례로 기록됩니다. 독일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마리안네의 행동은 ‘한 어머니의 절절한 복수’로도, ‘법 위에 선 살인’으로도 평가되어 왔습니다.
2. 성장과 변화
마리안네 바흐마이어는 1950년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유년기는 불행했습니다. 아버지는 나치 친위대 출신으로 폭력적이었고, 가족 내에서의 억압은 그녀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부모의 이혼 후 16살에 가출한 그녀는 청소년기에 두 번의 임신과 입양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아이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1972년 태어난 딸 안나는 밝고 건강하게 자라며 마리안네에게 삶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싱글맘으로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딸을 위해 꿋꿋이 살아가던 그녀에게, 1980년 5월 5일,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그날, 안나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칭얼댔고, 엄마와의 다툼 후 집을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 전과가 있는 아동 성범죄자 클라우스 그라보브의 집에 들어간 안나는 유인당하고, 성폭행당한 뒤 살해당했습니다. 시신은 종이 상자에 담겨 강에 버려졌습니다.
3. 사회적 갈등과 선택
10개월 후 시작된 재판은 마리안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습니다. 매일같이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봐야 했고,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변호사는 오히려 그녀를 '방치한 어머니'로 몰아세웠습니다.
"당신이 아이를 밖에 혼자 나가게 두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리안네는 분노했습니다. 법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권리를 더 보호한다는 현실에 절망했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 심판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1981년 3월 6일, 법정에 입장한 마리안네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클라우스가 증언을 위해 자리에 앉자, 그녀는 일곱 발을 발사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즉사했고, 법정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4. 결과와 영향
그녀는 체포되어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정의의 실현이었다”라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범죄에 무기력한 법의 한계를 극복한 상징적 존재로 바라봤습니다.
1983년, 법원은 그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3년 만에 가석방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독일을 떠나 나이지리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조용히 살아갔고, 말년에 췌장암 판정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1996년, 딸 안나의 곁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사건은 독일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되었고
- 범죄 피의자 보호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뤄졌으며
- 피해자 유족의 권리 보장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5. 결론
마리안네 바흐마이어는 살인자일까요, 아니면 딸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속에서 마지막 정의를 실현한 어머니였을까요?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정의와 법치 사이의 괴리, 사회적 분노의 해소 방식, 그리고 피해자 중심주의의 필요성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합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마리안네의 행동은 시대의 슬픔을 대변하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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