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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데미안 - 헤르만 헤세책 이야기 2020. 3. 12. 18:19반응형
용기와 개성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항상 무시무시해 보이는 법이야. 세계의 다른 부분이 통째로, 그 절반이 통째로 숨겨지고 묵살되는 거야. 바로 사람들이 신을 모든 생명의 아버지라고 기리면서도, 생명이 근거하는 성생활은 묵살해버리고 악마의 일이나 죄악이라고 선언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 예배도 가져야 해. 그게 올바른 일인 것 같아.사람들은 나를 놀리다가 그 다음에는 슬슬 물러났고 나에게서 음침하고 패기없는 사람, 불쾌한 괴짜를 보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 나는 그 역을 더 과장하면서 고독 속으로 칩거했다. 자주 비애와 절망의 발작에 짓눌렸는데도 그 고독은 바깥에서 보면 지극히 남자답게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견고해 보였다. 나는 이야기하고 싶고 뭔가를 전하고 싶은 쌓였던 욕구를 분출하는 기쁨과 연장자에게서 다소 인정받는다는 기쁨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나의 내면은 그랬던 것이다! 빙빙 돌며 세상을 경멸하던 나! 정신에는 자부심이 충만했고 데미안과 생각을 함께했던 나! 내 모습이 그랬다. 취하고 더럽고 구역질나고 비열한 폐물, 야비한 충동의 기습을 받은 살벌한 야수! 정결함, 광채 그리고 우아한 사랑스러움인 저 정원에서 온 내가, 바흐의 음악과 아름다른 시를 사랑했던 내가! 아직도 속이 메스껍고 격분한 내 귀에 헉헉 터뜨려 대는 취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게 나였다! 내가 무엇이 되건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별로 곱지 못한 방식으로, 술집에 않아 의기양양하게 굴면서 나는 세상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것은 나름의 저항의 방식이었다. 나를 그녀에게 바침으로써 자신을 정신에 그리고 신에게 봉헌했다. 어두운 힘들에서 내가 뺏어낸 삶의 몫을 나는 환한 힘들에게 제물로 바쳤다. 나의 목표는 쾌락이 아니라 정결함이었다. 행복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정신성이었다. 창문에 걸려 있는 이제는 완전히 빛이 사라진 그림을 쳐다보았다. 빛이 사라졌는데도 나는 보았다. 두 눈은 아직도 활활 타고 있었다. 그것은 데미안의 시선이었다. 혹은 내 속에 있는 사람, 모든 것을 아는 그 사람이었다. 데미안은 말했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가 존경하는 신 하나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는 함부로 갈라놓은 세계의 절반만 나타낸다고, (그것은 공식적이고 허용된 '환한' 세계였다.) 그러나 세계 전체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러니까 악마이기도 한 신 하나를 갖든지. 아니면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에 대한 예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브락사스는 신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했다. 당시에 나는 '우연히' 특이한 도피처를 찾아냈다. 그러나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 그의 이상에서는 '골동품 냄새'가 났다. 그는 과거를 향한 구도자였고 낭만주의자였다. 갑자기 나는 깊이 느끼게 되었다. 피스토리우스는, 그가 나에게 준 것을 자기에게는 줄 수 없으며 내 눈에 비쳤던 그의 모습도 그의 실체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는 길잡이인 자신도 넘어서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길로 나를 인도했던 것이다. 표시를 가진 우리는 세상의 눈에는 이상한 사람이나 위험한 광인으로 비칠지도 몰랐다. 그것도 츨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깨어난 사람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의 노력은 점점 거 완벽한 각성을 지향했다. 우리가 의무이자 운명이라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이것이었다. 우리 모두가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내부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에 알맞게 적응하며, 불확실한 미래가 어떤 일을 초래하든 그 어떤 것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각변동이 물에 살던 동물을 뭍으로, 뭍에 살던 동물을 물로 던져 넣었을 때, 그때 운명에 준비된 예들이 있었지.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것을 완수하고 새롭게 적응하며 자신의 종을 구해낼 수 있었던 예들 말이야. 그들의 종 안에서 보수주의자, 현상유지자들이었는지, 혹은 괴짜며 혁명가였는지 우린 몰라. 다만 그들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발전 단계를 넘어서 그들의 종족을 구해낼 수 있었던 거야.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넌 나를 어쩌면 또 한 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난 무작정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 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 차릴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새는 알아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다함없다 : 그지없이 크거나 많다.
혹심하다 : 매우 심하다.
자명하다 : 설명하거나 증멸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알 만큼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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