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 p27 - |
스스로 생을 마치고 장례식조차 빌릴 방법이 없는 그녀를 위해 몇몇 지인이 밤마다 그녀가 살던 이 지하 집 문앞에 찾아와 향초에 불을 밝히는 것으로 조문을 대신한 듯하다. 내가 어제 거둔 종이 상자는 그들이 계단 옆에 임시로 꾸린 빈소의 간이 분향대였던 셈이다. - p39 - |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같다. - p47 - |
여름 한낮의 열기와 한겨울의 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떤 좁고 위험한 곳이라도 고양이의 안식처가 되고, 바로 그 곳이 고양이의 사지(死地) 가 된다. - p73 - |
철망 케이지 안에 철저히 유페된 세계, 죽은 고양이 열 마리가 생애동안 경험한 전부이다. 주택가에서 은밀하게 운영되는 '동물농장' 같은 곳이었을까? 인간의 철저한 관리와 통제가 있었지만, 어떤 연유인지 한순간 그 손길이 뚝 끊어졌다. 철망 안에 감금된 채 아무도 오는 이가 없자 고양이들에게는 먼저 혹독한 굶주림과 갈증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절망감, 또 자신을 돌보던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차례로 엄습했을 것이다. 다른 칸의 친구들이 하나둘 생명을 잃어가고. 어느새 그 집은 고양이의 지옥으로 변해갔다. - p82 - |
우리는 은연중에 일이 고될수록 보람도 덩달아 커진다는 믿음이 있나보다. - p142 - |
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185 - |
돈이란 전상 상에서는 숫자에 불과하고, 현실 생활에선 그저 일정한 크기로 썰어놓은 얇은 종잇조각일 뿐이지만, 진실을 자백하길 강요하는 몹쓸 부적이라도 된 것처럼 그 앞에서 수많은 인간이 무릎을 꿇고 저열한 속내를 숨기지 못한다. - p225 - |
인류를 살리는 것도 지성, 괴멸시키는 것도 지성이라니. 살아 있을 때의 생계수단이 한순간 죽음의 도구로 전락한 채 발견되는 자살 현장과 일맥상통한다. - p2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