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놈이고 일본놈이고 우리에게는 그게 그거다. 어쩌면 조선놈들이 더할지도 몰라. 적어도 나는 여기에 있는 편이 훨씬 좋다. 죽어라 일만 하면 맞아 죽을 일은 없지 않느냐. - 한센병에 걸려 소록도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노인의 말 - |
행복한 기억은 사라질 수 있고 슬픈 기억은 묻어 둘 수 있어. 하지만 수치스러운 기억은 절대 사라지거나 묻히지 않아. 방법이 있다면 자네와 같이 수치심을 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길이 유일해. 수치심이라는 건 상처를 준 사람만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어. 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건 말이여. 지금도 수요일마다 일본놈들을 만나러 내 발로 가고 있다는 것이여. 과거에는 재봉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거짓말로 스스로 찾아가 끔찍한 일을 겪게 하고, 지금에 와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복창 터지는 거짓말로 억울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탖아가게 만들고 있어. 내 평생을 죽어고 싫고 살아도 싫은 그놈들을 쫓아다니게 만들어 버린거여. 어찌 이리 잔인할 수 있단 말이여. - 위안부로 끌려갔었던 오순덕 할머니의 말 - |
우리는 단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가지고 꾸준히 살아가지만 하면 돼. 일본이 망했을 때 이 땅에 일본의 역사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어? 힘 한번 쓰지 않고 일본 땅이 되는 거야. 하지만 이 땅은 단군의 땅이며 그 후손들의 땅이라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나라의 이름과 왕의 성씨는 바뀌겠지만 여전히 단군의 후예인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거야. 역사의 전통성은 그래서 중요한 거야. 그리고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거야. 일본이 패전해서 물러간다 하더라도 일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땅을 빼앗기는 거야. - 위안소에서 동료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던 하춘희의 말 - |
역사는 우리를 기억할 거야! 반드시 기억할 거야!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우리는 순덕이를 살려 보내야 해. 그래야 우리 무덤이라도 만들 수 있어. 죽어서도 기억되지 못하고 낮선 딸에서 소리 소문없이 묻혀 버릴래? 난 싫어. 순덕이가 살아나가서 먼 훗날 우리를 고국으로 데려갈 거야. 후손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위로할 거야. 어차피 우리는 다 죽어. 선택해. 그냥 비명만 지르다 죽을 건지. 그래서 누구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고 더러운 매춘부로 저넘들의 기억과 저놈들의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 기억해줘 오늘 함께한 우리의 이름을. 그리고 꼭 알려줘.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억울하게 살아갔는지를. - 위안소에서 죽음을 앞둔 하춘희의 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