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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김부남 사건여자 이야기 2021. 7. 1. 13:26반응형
이웃집에 물을 길러 간 소녀
김부남은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가족이었던 김부남의 집에는 우물이 없었는데, 늘 이웃집에 물을 길러 가야했다. 여느 날처럼 김부남은 이웃집에 물을 길러 갔고 그 집에는 송백권(당시 35세)이 혼자 있었다. 물을 길러 온 김부남에게 송백권은 심부름 좀 해줄 수 있느냐며 잠시 방으로 들어오라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방에 들어간 김부남(당시 9세)은 그대로 강간을 당한다.
아랫도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고 고통에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송백권은 김부남을 위협했다.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말했다가는 너도 죽고 네 부모와 오빠도 모조리 죽어."
9세 소녀에게는 너무도 무서운 위협이었고,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사건 그 후
상처가 거의 아물어 걸어 다니는 것은 많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못했다. 지나치게 화장실을 자주 갔고 밤에 오줌을 쌌으며, 툭하면 멍하니 정신줄을 놓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그녀는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 누구도 따뜻하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갔다.
평범할 수 없었던 결혼 생활
김부남은 결혼을 하면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 피해는 그녀에게 현재진행형이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남편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분노하는 남편에게 자신의 사정을 어렵게 털어 놓았지만 이해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남편은 처갓집에 이 사실을 알려 김부남의 가족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녀의 첫번째 결혼은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다.
김부남은 시간이 흘러 재혼을 했지만 똑같은 문제로 불화와 갈등을 겪는다. 그녀는 자신을 망가뜨린 성폭행에 대한 고소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미 고소 기한인 사건 발생 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분노와 좌절에 빠진 김부남의 이상행동은 '정신분열증' 진단으로 이어져 정신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결국 두번째 결혼 생활마저 파탄에 이르게 된다.
파렴치한 가해자, 외면하는 가족
이 모든 것이 어린 시절 자신에게 일어난 강간 때문이라고 생각한 김부남은 송백권을 찾아가 폭언과 협박을 퍼부었다. 송백권은 자신의 범행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며 김부남의 오빠에게 40만 원을 건낸다. 일종의 합의금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제대로 된 인정이나 사죄는 하지 않았다.
끝까지 치닿은 분노
강간을 당한 지 20년이 지난 1991년 1월 30일, 김부남은 손백권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김부남은 식칼을 뽑아 들었고 중풍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던 송백권은 소리만 질러댈 뿐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다. 김부남은 송백권의 성기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처벌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찌르고 휘두르고 또 찔렀다.
고통에 울부짖는 비명 소리에 놀란 이웃 주민들이 달려와 김부남을 제압했다. 송백권은 이미 극심한 고통과 공포에 질려 두 눈을 크게 치켜 뜬 채 숨을 거둔 상태였다. 잠시 후 출동한 경찰은 김부남을 살인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어요."
김부남의 법정 진술 내용이다. 법원은 '심신 미약' 상태임을 인정하여 살인죄 최저 형량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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