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크림대교역사 이야기 2022. 10. 11. 19:16반응형
크림반도 민병대
2014년 2월 27일 오전 4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정부청사와 국회의사당에 군복차림 무장세력 60여 명이 쳐들어왔다. 건물을 점령한 이들은 크림반도의 분리독립을 요구했다. 이튿날 밤, 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국제공항 세 곳도 잇따라 포외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크림반도 민병대'라고 밝혔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을 러시아군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군사력 개입
하루 뒤인 3월 1일, 러시아 상원은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병력 6,000명을 크림반도로 이동시키며 압박에 나섰다. 이후 사흘간 1만 6,000여 명의 러시아군이 이곳에 배치됐다. 공화국 내 군사 시설을 비롯, 정부청사와 통신시설, 국경검문소, 여객선 터미널까지 속속 접수했다. 대응 여력이 없던 우크라이나군은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총성 한 발 울리지 않고 크림반도를 손에 넣은 셈이다. 서방국이 부랴부랴 무기금수, 자산동결 등 각종 제재 카드를 꺼내 들고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섰지만 때는 늦었다.
속전속결로 합병된 크림반도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만드는 작업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주민 10명 중 6명이 친러 성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민투표에서 실제 합병까지 걸린 시간은 더 짧았다. 독립 닷새 뒤인 16일, 러시아 합병 찬반을 묻는 크림공화국 주민투표가 96.6%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곧장 병합 절차를 추진했다. 이튿날 푸틴 대통령은 크림공화국이 독립국가임을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다음날인 18일에는 러시아 상·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병조약에 서명했다. 동유럽 지정학을 일거에 뒤집는 사건이 20일 만에 끝난 셈이다.
크림대교 폭발의 의미
장장 19km에 달하는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 크림대교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직접 연결하는 유일한 보급로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불법 점유하고 있는 크림반도에 대한 소유권을 공고히 하지 위해 건설한 다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크림대교의 붕괴는 크림반도가 더 이상 안전한 점령지가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70세 생일 다음 날 붕괴하면서 정치적 치명상을 안겼다.
크림반도 전쟁과 똑같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온 과정도 2014년과 판박이다. '공격 명분 쌓기 → 인근 병력 배치 → 침공' 시나리오는 8년 전 상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군대를 우크라이나 동부에 침투시키고 '자국민 보호'를 구실로 거론한 점 모두 과거의 반복이자 데자뷔다. 그때는 러시아가 물밑에서 침공 판을 짜는 동안 서방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현지 주민들이 러시아의 합병을 환영한 까닭에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달랐다.
러시아의 자만과 우크라이나의 저항
러시아는 신속한 승리를 자신하며 당초 빠른 진격을 보였으나 보급로를 살피지 않아 전선이 정체되고 10% 이상의 병력을 상실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시민들까지 똘똘 뭉쳐 러시아군의 전력 자산들을 하나둘 파괴했으며, 최근에는 일부 지역을 수복했다. 저항 의지를 놓지 않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정신력은 러시아군을 수세로 몰아세운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 발발 이후에도 조국을 지키겠다며 도망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정규군이 아닌 시민들도 화염병을 만들어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다.
백기투항 : 전쟁 상황이나 군사용어 외에도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따라 본래 가지고 있던 의지나 입장으로 포기하거나 취소할 때, 한 발 물러서거나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일거 : 한 번 움직임. 또는 한 번 일을 벌임.
728x90'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아기를 낳지 않았다 '서래마을 영아살해 사건' (0) 2022.12.09 15세 소년공의 죽음 '문송면 수은중독 사건' (0) 2022.10.14 끝나지 않은 회색전쟁 '호주 토끼전쟁' (0) 2022.09.06 면죄부 02 : 부패한 교회와 종교개혁 마틴 루터 (0) 2022.09.02 면죄부 01 : 교황청과 돈 그리고 면죄부 (0) 202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