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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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28 - 정유정책 이야기 2021. 11. 26. 21:40
재형은 스승 누콘의 손에 구조됐다. 마야가 그를 찾아냈다. 그를 깨운 것도 마야였다. 눈뜨고 가장 먼저 대면한 것 역시 마야의 다갈색 눈이었다.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이었다.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담긴 눈이었다. 조심스레 물어오는 눈이었다. "대장, 내 아이들을 어쨌어?" 동해는 애초부터 공익이 아니었다. 현역 입대 12개월 만에 자대를 발칵 뒤집어놓고 공익으로 전환된 놈이었다. 각 중대에서 기르는 개들을 모조리 죽였다고 했다. 뭔가에 욱한 나머지 패 죽인 것이 아니었다. 하룻밤 새에 저지른 미친 짓도 아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차례차례, 혀를 자르고 목젖 부위에 십자가 형상의 불 지짐을 해서 공공장소에 매단 패턴 행위였다. 군의관은 놈을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인격 장애'로 진단했다. 덤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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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종의 기원 - 정유정책 이야기 2021. 11. 23. 07:00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말이 되게 만들 수 있었다. 말이 되도록 그림을 손보는 건 타고난 재능이었다. 어머니는 그걸 '거짓말'이라고 평가절하하곤 했지만.- p49 - 비로소, 어머니가 영화관 안에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 이유가 이해됐다. 내겐 신나고 짜릿했던 영화가 사실은 찜찜하고 무섭고 슬픈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어느 지점에서 무서워하고 슬퍼해야 했는지는 여전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p67 - 어머니와 이모가 내 삶을 지배해온 사람들이라면, 약은 그들이 내 인생이라는 풀밭에 풀어놓은 뱀이었다. 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번번히 놈에게 발목을 물어뜯기고 주저앉았다.- p133 - 내겐 갈 곳이 없었고, 할 일이 없었다. 해야 할 훈련이 없는 시절 해야 할 공부가 없는 하루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알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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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괴물의 심연 - 제임스 팰런책 이야기 2021. 8. 2. 00:41
사이코패스는 존재 여부부터 논쟁거리지만, 정신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이코패스라 지칭하는 사람들을 정의하는 특성 하나가 '대인 공감의 부재'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p27 - 이 현란한 강박장애의 세계에서 생겨나는 불안은 분명코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공포와 비관의 순간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p42 - 뜨거운 계통, 이를테면 안와피질이 손상된 사람들은 남들의 사고도 예측할 수 없지만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지도 못할 것이다. 여기에서 공감과 '마음의 이론'을 나눌 수 있는데, 공감은 남들의 아픔에 대한 기본적 연대감으로서 생애의 매우 초기에 발달하고, 마음의 이론은 더 정교한 내측전전두 계통에서 우리로 하여금 남들의 사고와 믿음을 비록 자신의 것과 다를지라도 고려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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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홀 - 편혜영책 이야기 2021. 7. 27. 17:27
사람들은 오기에게 부모에 대해 말할 때면 조심스럽게 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기가 어려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었다는 걸 알 수 있게 했다. 가급적 부모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고 어쩌다 얘기가 나오면 상처를 들춰낸 것을 정중히 사과했다. 그럴 때면 오기는 기분이 상했다. 이유 없이 자신을 따돌리던 아이들을 상대할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그들은 모두 오기에게 부모가 없는 게 결격임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의식했다. 오기가 결락감을 느끼기를 강요했다. 즉 사십대는 권력이나 박탈감, 분노 때문에 쉽게 죄를 지었다. 권력을 가진 자는 오만해서 손쉽게 악행을 저지른다. 분노나 박탈감은 곧잘 자존감을 건드리고 비굴함을 느끼게 하고 참을성을 빼앗고 자신의 행동을 쉽게 정의감으로 포장하게 만든다.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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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고양이 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책 이야기 2021. 7. 20. 02:41
「비교 대상이 없어서 견딜 만했어. 부당한 장애물이 더 나은 삶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껴야 고통의 감정도 생기는 법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에도 적응하게 마련이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까 부당함을 못 느꼈어. 내겐 자연스러운 상황이었으니까, 케이지 밖의 세계는 내게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대중은 민주주의적이고 복잡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보다 전체주의적이고 단순한 체재를 옹호하는 자들을 선호하게 돼 있어. 두려움을 앞세운 자들의 주장에 끌리는 거지. 자연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상 속 전능한 신에 대한 두려움.」 「종교인들은 예술과 섹스, 과학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은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지지 않아도 복종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제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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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고양이 1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책 이야기 2021. 7. 19. 01:14
「그쪽 정수리에 붙은 연보라색 판은 뭐죠?」 그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한다. 「내 제3의 눈이야.」 「제3의 눈? 그게 뭔데요?」 「USB 단자야. 컴퓨터에 접속해서 인간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지.」 뭐, 뭐라는 거야? 거짓에 익숙해진 자들의 눈에는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이는 법이니까. 지식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의 편협한 세계관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게을러빠진 뚱냥이 펠릭스는 아비로서의 책임은 뒷전이고 오로지 먹고 자기만 한다. 게다가 나탈리한테 을 한번 얻어먹더니 아주 환장을 한다. 마약이야말로 펠릭스와 같은 단순한 영혼을 통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겠지. 이상한 일이야. 인간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처음 있는 일이야. 예전에는 쓰러지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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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 한재우책 이야기 2021. 5. 13. 21:04
내가 만난 '공부의 신'들이 해왔던 공부 방법의 핵심은 거기 있었다.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어도, 복잡한 공부 방법을 따라 해도, 최신 정보를 놓치지 않아도, 공부에 돈을 쏟아부어도 우리가 공부를 잘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14p - 첫 번째 원칙, 일단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해. 필기도 빠짐없이 다 하고, 밑줄을 그으라고 하시든, 별표를 치시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완전히 다 따라 하는 거지. 수학이나 영어처럼 잘 모르는 과목일지라도, 혹시 네가 싫어하는 과목일지라도 절대로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한눈을 팔아서는 안 돼. 이해가 가지 않아도 다 듣고, 다 적고, 다 보는 것.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는 말은 그런 뜻이야. 그런 다음에는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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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인드맵] 플랜트 패러독스 - 스티븐 R 건드리책 이야기 2021. 5. 12. 00:33
식물은 뛰어난 화학자이자 연금술사다. 그들은 햇빛을 이용해 유기물을 만든다. 그들은 종이 지속될 가능성을 강화하는 식으로 진화했다. 독을 퍼뜨리거나, 마비시키거나, 감각을 혼란시키는 생물학적 전투를 이용해 포식자를 물리치고, 소화가 안 되도록 씨앗을 보호한다. 이런 물리적, 화학적 방어 전략은 포식자의 접근을 막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심지어는 포식자가 식물의 요구대로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식물은 익지 않은 과일의 색상(보통 녹색)을 이용해서 포식자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포식자가 이러한 신호를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식물은 설익은 과일의 독소 수준을 높여서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기도 한다. 식물은 과일의 당으로 포도당이 아니라 과당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