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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인도 뉴델리 버스 성폭행 사건여자 이야기 2021. 10. 24. 01:18반응형
2012년 12월 16일
당시 23세였던 여대생 조티 싱(Jyoti Singh)은 친구인 아윈드라 판데이와 영화를 보고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6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버스가 다른 길로 향하고, 버스의 문이 잠겨 있다는 것을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버스에 먼저 타고 있던 6명의 승객들이 밤 늦게 둘이서 뭘 하고 있던 거냐며 시비를 걸어왔다. 피해자의 친구 판데이가 버스 운전수에게 항의하려고 하자 버스 운전수는 판데이의 머리를 쇠막대기로 내려쳤고, 의식을 잃은 그에게 재갈을 물리고 몸을 묶었다.
피해자의 저항
버스가 델리 인근을 한 시간 반 동안 돌아다니는 동안 여섯 명 모두가 차례대로 그녀를 폭행하고 강간했다. 그녀는 강간범들을 물어뜯고, 싸우려고 했다. 그들은 그녀를 고문했고, 생식기와 복부, 내장까지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강간범 중 하나는 몸속으로 손을 뻗쳐 창자의 일부를 뽑아내기도 했다. 버스는 멈춰서 조티와 판데이를 길가에 내던졌다. 버스 운전사는 그녀가 살아있음을 알고 버스로 깔아뭉개려고도 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판데이가 그녀를 밀쳐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버스는 그대로 도망쳤다. 그후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막 새끼를 낳은 암소 같아 보였어요. 온통 피범벅이었거든요.
조티는 쇠막대 고문으로 내장기관 대부분을 잃었으며 패혈증으로 상태가 매우 심각하였다. 5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장의 대부분은 제거해야 했다.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한 인도 정부는 조티에게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29일 새벽 4시 45분 조티는 사망한다.
가족의 사랑스러운 딸
조티 싱의 삶은 인도에서는 동화와 다름 없는 삶이였다. 부모는 여아였던 그녀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여 '빛'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빛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딸을 낳으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너무 행복했죠. 우리는 주위에 사탕을 나눠줬고 다들 '무슨 남자애 낳은 것처럼 좋아하냐'고 말했어요.
그녀의 아버지, 바드리나스 싱은 너무 가난해서 열한 살 이후로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아들과 딸 모두에게 교육을 시키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조티는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고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델리 공항의 짐꾼이었던 싱은 땅을 팔고 2교대로 근무하면서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했다.
조티는 델리 소재 대학생(한국으로 치면 인서울대학교)이었다. 인도 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20배가 넘으며, 델리에 있는 대학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도 학생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그녀는 의사 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 생을 마감한다.
떳떳한 범인들
범인 중 한명은 옥중 인터뷰에서 "품위 있는 여성은 밤에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 여자들이 밤에 외출하다 치한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비난받을 대상은 여자들"이라며 "성폭행에 대한 책임을 원인 제공자인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크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했다.
심지어 "당시 남자친구가 우리와 맞서 싸우지만 않았어도 무자비한 폭행이 없었을 테고 여성이 2주 후에 죽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할 때 여자는 저항하지 말고 얌전했어야 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세계의 모든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전세계의 분노
인도 전역이 뒤집어졌다. 델리에서는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온라인상으로도 서명 운동과 추모 여론이 확산되었다. 수천명의 시위대와 행진을 하고 단식 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등장했다.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시위대는 촛불을 들고 검은 옷을 입었으며,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도 확산되었다.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도 추모 행렬과 성폭행 처벌 강화 및 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의 고위인사들 역시 다시는 누구도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없을 만큼 강한 처벌을 내리라며 극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수형에 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인사들도 있었고, 기존 성폭행 관련 법이 너무 약하다며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 결과, 여러 주 정부에서 여성 치안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과 현안들을 내놓았다. 성범죄를 중대 범죄로 취급할 것이라는 성명과 함께 성범죄 전용 핫라인이 개설되는 등 소소한 변화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9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인도는 '세계에서 여자로 살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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