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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방직 똥물 투척 사건 02 : 여성 노동자들의 반격, 하지만...여자 이야기 2021. 8. 6. 07:00반응형
최초 여성 지부장의 탄생
1972년 5월 10일의 동일방직 노조의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여성 후보인 주길자가 3회에 걸쳐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회사의 지원을 받는 남성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지부장에 선출된 것이다. 동일방직은 조합원 1383명 가운데 1214명이 여성이었다. 동일방직 노조에서 여성 지부장이 출현한 이후 1974년에는 반도상사, 와이에이치 무역 지부에서 여성 지부장이 배출되었다. 여성이 다수인 사업장에서 여성 지부장이 당선되는 것이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인식이 극히 미약했던 1970년대는 큰 사건이었다.
옷을 벗다
첫 여성집행부가 탄생한 이후, 기존의 노조 집행부와 사측은 '여자들, 1년도 못할 거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임시 내 많은 것을 변화시킨데다가 1975년 2월에는 이영숙씨를 2대 여성 지부장으로 앉히기까지 하자, 사측은 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사측은 남성노동자들을 동원해 와해작업에 나섰고, 여성 집행부 측과 반대 측의 비율이 이 대등한 비율로 선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는 같은 해 반대 측은 일방적으로 대의원회를 개최했다. 기존 여성 집행부를 불신임하고 자신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집행부를 조직하려는 심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영숙 지부장과 당시 총무부장이었던 이총각씨는 경찰에 연행됐고, 여성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하고 강당에서 항의농성에 나선다. 당시 파업은 사실상 불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해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과 사측의 진압에 여성 노동자들은 반나체로 맞섰다. "설마 옷을 벗은 여자 몸에 손을 대겠느냐"는 최후의 저항수단이었지만 경찰은 짐승처럼 끌고갔다.
하지만 굴하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
이후 정부, 섬유노조, 회사 측의 갖은 탄압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투쟁은 계속되었다. 문제의 확산을 우려한 노동청이 합의를 주선하였고 1977년 4월 4일 노동청 감시 하에 대의원 대회가 열려 이총각 총무가 지부장으로 선출되었다. 3대째 여성 지부장이 선출되자 참석한 모든 이들은 감격과 눈물과 함성으로 이를 축복하였다.
우리는 똥을 먹고 살 수 없다
1978년 2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섬유노조는 동일방직 노조를 사고지부로 규정, 한국노총이 위촉한 수습위원에게 지부장 권한을 인계하도록 하고, 회사 측은 조합원들을 매수하여 대회를 무산시키려 하였다. 섬유노조와 회사 측의 협박을 받으면서도 2월 21일 동일방직 노조가 대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감행하려 하자 또다시 회사 측 남성 노동자들이 습격해 왔다. 이번에는 똥을 날라다가 여성조합원들의 입, 가슴, 옷에 닥치는 대로 똥을 바르는 짓을 자행했다. 심지어 똥걸레로 문지르고 입에 먹이기까지 하였다. '아무리 가난하지만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는 똥을 먹고살 수 없다.'고 절규하는 여성노동자들을 경찰들은 구경만 하였고,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 노조원들에게는 냉소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 사건이 바로 '동일방직 똥물사건'이다. 이날 대의원 선거에서 40여 개의 투표함이 박살 났고, 5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해피엔딩은 없었다
3월 10일 '근로자의 날' 행사장인 장충체육관에서 동일방직 노동자 80여 명이 김영태 퇴진과 동일방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여 강제 퇴장당하고 31명이 연행되었다. 이후 동일방직 노조 문제 해결과 산업선교회의 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노동자들과 신·구교 종교인들의 단식 농성이 시작되었고, 노동자들은 3월 20일 기독교 방송국에 진입하여 노동문제에 침묵하는 언론에 항의하였다. 3월 21일 각계 인사가 참여하여 '동일방직 사건 긴급 대책 협의회'가 구성되었다. 대책위원회는 정부와 협상을 벌여 동일방직 사건을 2월 21일 대의원 선거 이전 상태로 환원할 것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회사에 들어오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회사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굴욕적인 각서를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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