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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vs 아동학대, 네팔의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여자 이야기 2021. 8. 25. 18:18반응형
여신 쿠마리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를 의미하는데, 네팔의 '처녀신' 숭배 문화의 대상이다. 행운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네팔 인구의 95%에 달하는 힌두교도와 불교도에게 왕국의 수호여신으로 숭배받는다.
쿠마리는 힌두교 신화 속의 여신 탈레주 바와니와 관련된다. 전설에 따르면 여신 탈레주는 네팔 말라 왕조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현신했다. 하지만 탈레주와 가깝게 지내던 말라 왕조의 마지막 왕은 탈레주를 겁탈하려했고 탈레주는 분노해 왕을 저주하며 사라졌다. 이에 왕은 여신읜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사원을 짓고 잘못을 뉘우쳤다. 탈레주는 왕의 사죄를 받아들이면서 어린 소녀를 선택해 자신의 분신으로 섬길 것을 명령했다. 이 분신이 바로 쿠마리다.
쿠마리가 되기 위한 조건
쿠마리는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만큼 그 선발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쿠마리가 되기 위해서는 2~5살 사이의 어린 여자아이들 중에서 흉터가 없고 큰 병을 앓은 기록이 없어야 하며, 까만 눈동자와 머리카락, 가지런한 치아 등 32가지나 되는 신체적인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또 왕과 맞는 길한 별자리를 가지고 태어나야 하고 이전 쿠마리가 사용하던 물건을 골라내는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과정인 두르가 여신을 위해 바쳐진 제물과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여신을 위해 희생시킨 108마리의 버팔로나 염소의 잘린 머리가 놓인 깜깜한 방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이때 무서워하거나 놀라서 소리를 지르게 되면 탈락하게 된다. 여신은 두려움이나 슬픔, 기쁨 등 속세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숭배 받는 여신의 삶
쿠마리들은 '로얄 쿠마리'와 '로컬 쿠마리'로 나뉜다. 이중 대표 쿠마리는 로얄 쿠마리로 네팔 국가 전체의 안녕을 축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만큼 로얄 쿠마리에게는 엄격한 삶의 규율이 따르게 된다. 이들은 별도의 쿠마리 사원에 머물며 함부로 사원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절대 발이 땅에 닿아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외부에 나갈 때도 항상 다른 사람의 팔에 안기거나 가마에 앉아 옮겨져야 한다. 또 식구들과 가까운 친구 이외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항상 붉은 옷을 입고 쿠마리 화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 등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초경이 시작되면 더이상 여신이 아니다
쿠마리는 12세 전후로 초경을 시작하면 자격을 박탈당한다. 초경을 시작하면 신성이 다른 소녀에게 옮겨간다고 여겨 점성숭사와 승려는 차기 쿠마리를 선발한다. 힌두교는 종교족 의례에 따라 엄격하게 정결한과 오염 · 더러움을 구분한다. 이때 월경과 출산을 하는 여성을 생리혈과 출산혈 때문에 요염이 가능한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따라서 초경이 시작되기 전의 여성은 오염되기 전이므로 '찬얀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겨지고, 초경을 시작한 뒤는 '이미 오염된 존재'로 사실상 혐오의 대상이 된다.
쿠마리에서 은퇴한 이후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일도 잦다. 거기다 과거에는 쿠마리였던 여성과 결혼한 남성은 일찍 죽는다는 속설이 있어 결혼 상대로써 기피대상이 된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매춘부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아동학대 논란
약 세살 때부터 열두살 때까지 쿠마리 시절 내내 제발로 걸어다니지 못했던 쿠마리는 은퇴 이후에야 걸을 수 있게 되지만 걷는 법을 모른다. 다리 큰육이 퇴화돼 재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많은 쿠마리들이 스스로 걷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보행 장애를 겪는다. 또한 과거에는 쿠마리는 살아있는 여신의 화신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간주되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이전까지 모든 사회적 관계가 사원 안에 국한됐던 쿠마리는 무력한 존재로 남는다. 즉 쿠마리였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와 격리 된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보다 쿠마리를 그만 둔 소녀의 삶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쿠마리는 친구들처럼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네팔에서는 쿠마리가 되는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 믿고 있으며, 살아있는 여신으로서의 쿠마리 전통을 지켜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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